– 일제에 의해 창경궁 전각에 전시됐던 유물 사진들 / 11.25. 박물관 누리집 –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은 일제가 설립·운영한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 관련 유리건판 사진 16점을 11월 25일부터 박물관 누리집(gogung.go.kr, 소장품-소장품 안내-소장품 검색)에서 공개한다. 공개된 사진들은 우리나라 초기 박물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서 사진 원본파일은 누구든 자유롭게 내려 받아 활용할 수 있다.
* 유리건판: 유리판에 액체 상태의 사진 유제(乳劑)를 펴 바른 후 건조한 것으로, 현대의 흑백사진 필름에 해당. 1871년 영국에서 발명되어 20세기 초반에 많이 사용됨.
이왕가박물관은 일제의 주도하에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라는 이름으로 1909년(융희 3년) 창경궁(昌慶宮) 안에 개관하였으며, 이 시기 일제는 식물원과 동물원을 함께 조성하여 창경궁을 공원으로 격하시키고 명칭도 창경원(昌慶苑)으로 바꾸었다. 이후 1938년 박물관 소장품을 덕수궁에 새로 세운 이왕가미술관으로 이전하면서 창경궁의 이왕가박물관은 폐관하였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이왕가박물관은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明政殿) 내부와 명정전 뒤쪽 툇간(退間)에 석조 유물을, 함인정과 환경전, 경춘전에는 금속기와 도기, 칠기류 유물을, 통명전과 양화당에는 회화 유물을 전시하는 한편, 1911년 옛 자경전 자리에 건립한 신관 건물에는 금동불상과 나전칠기, 청자와 같은 이른바 명품 유물을 전시하였다.
이러한 연구 내용은 주로 문헌기록에 근거한 것으로 이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자료는 알려진 사례가 매우 드문 상황이었다.
* 툇간: 건물 바깥쪽으로 추가로 기둥을 세워 붙여 지은 공간
국립고궁박물관이 새롭게 공개하는 유리건판 사진은 명정전 내부에 전시 중인 팔부중상(八部衆像) 조각이 있는 석탑 기단부 면석과 금동불상, 중국 불비상(佛碑像), 그리고 또 다른 건물에 설치된 고구려 벽화고분 모형 등을 촬영한 것들로서 창경궁 전각을 전시실로 사용하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촬영 대상 유물의 곁에 고유번호를 기재한 표지와 크기 측정을 위한 자가 함께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 유리건판 사진은 이왕가박물관 소장품 관리 업무의 하나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촬영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이왕가박물관이 유리건판 사진 속의 중국 불비상을 입수한 1916년에서 1938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 불비상: 돌을 비석 모양으로 다듬고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불상을 부조로 새긴 조각상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에 공개하는 사진을 포함하여 일제강점기에 이왕가박물관 소장 유물을 촬영한 유리건판 약 7천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사진 자료별로 디지털화 작업과 내용 확인을 완료한 상태다. 추가적인 준비 작업을 거쳐 전국박물관소장품을 검색할 수 있는 ‘이(e)-뮤지엄‘에 2021년 상반기 중으로 유리건판 사진 전체 파일과 세부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공개된 사진들은 우리나라 초기 박물관사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